요한복음 2:1-11 <가나 혼인잔치>

[요한복음 2:1] 사흘째 되던 날 갈릴리 가나에 혼례가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혼례가 누구의 혼례인지 알 수 없지만, 마리아가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을 보면 마리아의 가까운 친척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대인들의 혼인 잔치는 보통 한 주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3절]에 보면 잔칫집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직도 잔칫날은 남았는데 포도주가 떨어진 것입니다. 혼인 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지면 지금까지의 즐거웠던 흥이 깨지고 혼주는 큰 욕을 들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요한복음 2:4]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리아는 아들 예수에게 잔칫집의 포도주가 떨어진 사실을 말하며 도움을 청합니다. 분명 마리아는 자신의 아들 예수가 ‘신이 보낸 사람’이라 알고 있었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예수와 상의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 이에 예수께서는 어머니 마리아에게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라고 말씀하십니다. 참으로 매정한 거절의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모친의 부탁을 一言之下에 거절하신 것입니다. 예상 밖의 대답이었습니다. 실제로 따지고 보면 잔칫집에 포도주가 떨어진 것이 하나님의 일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단지 초대받아 잔치에 참여한 하객일 뿐이었습니다. 지금 포도주가 떨어진 것은 ‘하나님의 일’ 죄인을 구원하는 일과는 본질적으로 상관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 그리고 아직 자신이 세상에 나타날 때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가 된다는 말씀이지요. 모든 일에는 때가 있습니다. 농사에 적당한 때보다 앞서 비가 와도 안 되고 적당한 때보다 늦게 비가 와도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마리아는 하나님의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지금 그의 때가 이르지 않았다 하는지 모릅니다. 마리아가 아는 것은, 아들 예수는 자신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으리라는 것입니다.

○ 우리는 다 하나님 앞에 어린아이과 같은 존재입니다. 하나님의 때와 하나님의 일을 잘 알지 못합니다. 단지 우리가 아는 것은 하나님은 우리의 작은 소망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나는 너를 모른다” 외면하는 분이 아니십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일과 상관이 없어도, 자신의 때가 이르지 않았을지라도 들어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믿음으로 구하시기 바랍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하나님을 찾으며 구하시기 바랍니다. 마리아에게는 “하나님께는 능치 못할 것이 없다.” 하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요한복음 2:5]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마리아는 지금 어머니로서 아들에게 명령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 하인들에게 그의 말을 따르라 부탁합니다. 그리고 하인들은 착했습니다.

[요한복음 2:7]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즉 아귀까지 채우니

이 항아리는 손님이 왔을 때 손 씻는 물을 저장하는 돌항아리입니다. 유대인들은 종교의식에 따라 세정식(洗淨式)을 행했는데, 외출해서 돌아오거나 식사 전후에 부지런히 씻었습니다. 이를 위하여 집집마다 양가죽 부대로 두세 통 드는 큰 돌항아리를 두었습니다.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이 말을 들은 하인들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집에 당장 필요한 것은 물이 아니라 포도주입니다. 잔치 끝에 더 이상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수고가 필요하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또 손님이 오는 것이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일을 명하는 예수라는 사람에게 기분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인들은 주인을 대신하여 일을 지시하는 마리아와 예수의 지시에 그대로 순종하는 것을 봅니다. 가나의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이었습니다.

○ 아마 보통 사람들이라면 애 이런 일을 시키느냐 따지고 비웃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인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물을 돌항아리 아귀까지 채웠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직장에서 일하거나 다른 사람의 일을 돕거나 할 때, 마지막 돌항아리 아귀까지 물을 채우는 수고를 할까요? 아니면 아귀까지 여유가 남았는데, “한 항아리 다 채웠습니다.” 하며 대충하지 않나요? 당장 나의 편리와 눈에 보이는 이익을 따지는 사람은 주인을 기쁘게 하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잘나고 교만한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따지는데 빠릅니다. 그런 사람은 일에 성실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지금 내게 하라고 맡기신 일이 내게 무슨 유익이 있는지 왜 하는지 모르는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웃을 기쁘게 하고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사람은 꽉 찬 항아리가 두드려도 소리가 나지 않는 것처럼 묵묵히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채워진 물은 언제 어떻게 쓰여질 지 모릅니다.

[요한복음 2:8]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하시매 갖다 주었더니

예수님은 여섯 개의 돌항아리에 가득 채웠을 때, 물을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명하십니다. 하인들은 이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결례에 쓰이는 돌항아리의 물을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이는 생각지도 않은 지시입니다. 이는 순종하기가 어려운 말씀입니다. 그러나 그의 말씀을 믿고 따르니 이루어지는 것, 그리하여 신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일입니다.

○ 우리는 하나님과 하나님 말씀의 권위를 무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두려워하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 하나님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 나는 나’ 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인들은 이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시행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내가 이해하는 방식, 내가 옳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요한복음 2:9]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도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포도주의 맛에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연회장이 시음해 본 결과 맛이 아주 특별한 최고급 포도주라는 평가를 내립니다. 덧붙여 그는 말하기를 대개 사람들은 처음에는 질이 좋은 것을 대접하고 손님들이 어지간히 취한 다음에는 질이 떨어지는 것을 대접하는데, 이 혼인집 주인은 오히려 최고급의 포도주를 잔치가 끝날 때 내놓았다. 극찬의 말을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하시는 일은 최선의 결과입니다.

○ 그러나 연회장은 이런 포도주가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 포도주가 어디서 왔으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하인들이었습니다. ○ 복 있는 사람은 손님으로 앉아서 먹고 마시며 대접을 받는 사람이 아닙니다. 복 있는 사람은 주의 일에 수고하여 봉사며 하나님의 놀라운 일을 경험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아는 사람입니다.

[요한복음 2:11 예수께서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

요한복음을 우리는 ‘표적(sign)의 책’이라 말합니다. 요한복음에서 일곱 개의 표적이 나오는데 ⓵ 물로 포도주를 만드심(2:1-11), ⓶ 왕의 신하의 아들을 고치심(4:46-54), ⓷ 38년 된 병자를 치유하심(5:1-9), ⓸ 오병이어로 오천 명을 먹이심(6:1-15), ⓹ 물 위를 걸으심(6:16-21), ⓺ 타고난 소경을 치유하심(9:1-41), ⑦ 죽은 나사로를 살리심(11:1-44).

‘표적’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세메이온’(σημεῖον)인데 이는 ‘표시하다’(sign)라는 뜻입니다. ‘이적’이란 단어가 단순히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말하는 것이라면 ‘표적’이란 무엇인가 알리기(sign) 위해 하신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 가나 혼인 잔치에서의 첫 표적은 예수의 하나님 아들 되심을 나타내신 사건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찾는 자, 영접한 자에게 하나님 나라의 희락의 기쁨을 가져오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 가나 혼인 잔치 자리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표적은 예수가 우주 만물을 지배하는 신적 능력을 소유하신 분임을 말해주는 사건입니다. 물이 포도주가 되고, 타고난 소경이 눈을 뜨고, 죽은 자가 살아나는 일은 제아무리 과학자가 자신들의 지혜와 지식으로 밝히고 푼다고 풀리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영으로 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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